Purpose of filmIn

이 영화의 제목인 "이추룩 썬샤인"에서 "이추룩" 은
제주어로 ‘이렇게’, '이만큼'이란 뜻입니다. 

저는 제주어가 사람들 입에서 직접 느껴지길 바라는 마음에 이렇게 영화 제목을 만들었습니다. 이 영화의 목적은 플라스틱과 재활용이 불가능한 물질들이 매일 바다로 쏟아져 들어와 우리 세상을 망치고 있다는 인식을 높이는 것입니다. 우리는 매일 태양보다 강한 화학물질들이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 모른 채 사용합니다. 이 물질들이 바다로 들어갈 때, 조류와 파도에 의해 재활용할 수 없는 다른 물질들과 함께 모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인간이 만든 쓰레기는 섬을 형성하여 영원히 우리 바다를 위협하고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칫솔과 신발, 낚시그물, 스티로폼 부표까지 온갖 생필품들이 이미 바다에서 표류하고 있습니다. "비치코밍"은 이런 유해 물질로부터 해변을 청소하고 업사이클링하는 과정입니다. 이 과정을 이야기 속에 녹여 넣고 인간이 이 세계적인 문제를 반전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에 상상력을 더하였습니다. 우리는 이미 우리의 행동으로 인한 끔찍하고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사소한 생활 방식을 고치지 않는다면 바다의 아름다움과 힘을 잃게 될 것입니다. 
저는 이 영화가 우리의 우울한 미래에 작은 변화를 주는 데 기여하기를 바랍니다.

Kind Commentary

이추룩 썬샤인 (It′s look sunshine.)은 이추룩 한 영화다.


영화 이추룩 썬샤인 (It′s look sunshine)은 제목부터 야릇한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추룩”이 제주도 사투리란 걸 아는 사람이라면 감독의 재치에 “풋”하는 웃음 한번 지었을 것이다. 영어 어법은 차치하더라도 “이렇게 제목을 붙일 수도 있네.” 하는 새로운 시도가 신선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영화는 제주를 배경으로 하였다. 흔히 해녀가 등장하면 그분들의 삶과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기에 십상인데 이 영화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환경이다. 특히 바다 오염에 초점을 맞췄다. 일상에서 편하다고 쉽게 사용하는 플라스틱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어촌마을의 평범한 부녀 이야기로 풀어간다. 자칫 어렵고 무거운 주제에 갇혀 정형화된 이야기가 나올 법도 했는데 다행히 영화는 경쾌하게 흘러갔다.


주인공 영은과 승환! 동네친구 승환에게서 카메라를 접하고 사진을 배우고 있지만 그다지 목표 의식은 없는 듯 지내는 영은에게 뜻밖의 사건이 발생한다. 상군 해녀인 어머니가 바다 깊숙이 쌓인 해양쓰레기에 의해 사고를 당하고 목숨을 잃은 것이다. 영은은 충격으로 제주를 떠나 살다 어머니 기일에 맞춰 2년 만에야 제주에 돌아온다. 그리고 바닷가에서 우연히 다시 만난 승환은 여전히 바다에 떠밀려온 플라스틱 쓰레기를 줍고 있다. 친구와 함께 쓰레기를 주우며 그녀는 자신이 무얼 해야 하는지 발견한다. 그리고 친구 승환은 플라스틱 뗏목을 끌고 태평양을 건너는 데 성공한다. 젊은 그들에게서 미래의 희망을 발견하게 하는 대목이다. 21분의 짧은 영화였지만 그 안에 녹여낸 이야기 안에는 미래 100년이 담겨있었다.

 

영화의 재미는 예상외의 반전들이 가져다준다. 처음 젊은 남녀 주인공의 등장에 슬며시 사랑 이야기가 끼어드는 건 아닌가? 하는 기대 아닌 기대를 했었다. 아름다운 바닷가에서 우연히 만난 남녀라는 설정이 딱 로맨스를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낭만적인 음악을 배경으로 그들은 열심히 바다쓰레기를 주워 모았다. 그것이 마치 행복한 행위로 보이듯 구성지게 짜여 진다. 조동익님의 노래 “그런날에는”이 영상에 힘을 더해준다. 바다쓰레기를 이용하여 재활용 작품을 만드는 비치코밍(beachcombing)이 하나의 놀이처럼 친근하게 보여 지는 구성이 돋보였다. 그리고 이것은 로맨스보다 더 강한 건강한 우정이 훨씬 어울리는 설정이었다.


그 외에도 영은의 엄마가 딸의 등짝을 쳐대며 나무랐던 대용량의 커피와 낮술 마시는 것으로 오해받던 와인에 얽힌 이야기 등도 같은 맥락의 반전으로 이어진다. 감독의 장난 끼가 살짝살짝 곁들어져 잘 버무려진 양념과 같다.


이 같은 연출의 묘미가 발현되는 데는 감독의 다양한 이력이 큰 몫을 한 듯하다. 김승환 감독은 1인 미디어 제작자라는 이력과 함께 ‘재주도좋아’라는 문화단체의 기획자이기도 하다. 해녀학교에서 만난 친구들과 함께 해양쓰레기를 예술로 승화시키는 작업을 하였다. 7년 동안 50여 팀의 참여하였다. 특히 해양쓰레기로 플라스틱 부표를 만드는 엄아롱 작가와 엄청난 양의 해양쓰레기를 예술로 둔갑시키는 김기대 작가의 작품들이 이번 영화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영화에는 플라스틱과 대비되는 장치들이 여럿 나온다. LP판, 손뜨개, 필름카메라 등이다.


승환의 작업실에 있는 먼지 가득한 LP판은 아날로그의 대표적 상징이다. CD 혹은 디지털로 제공되는 음원이 난무하는 시대에 낡은 오디오로 듣는 LP판의 감성은 오래된 미래를 불러내는 듯했다.

상군 해녀였던 영은의 엄마는 손뜨개질하는 것을 좋아한다. 알록달록한 색실로 산호 모양을 만들어 소파 가득 채우고 나면 행복하다. 과거 풍성했던 바다 속에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지금은 각종 해양오염으로 인해 하얗게 변해버리는 백화현상으로 예전 같은 바다생물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산호뜨개 (coral knitting)는 산호를 보호하자는 메시지를 전하는 일종의 해양환경 보호 운동이기도 하다. 영화에서는 이런 메시지들을 마치 숨은 그림처럼 녹여낸다.


“엄마의 꿈은 바다가 다시 살아나는 거였어!”라며 산호가 가득한 바다를 유유히 헤엄치는 장면으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미래를 보여준다. 엄마 역의 배우 백선아가 프리다이빙 연습에 몰입하며 이 장면에 공을 들인 이유도 아마 중요한 메시지를 허투루 보이긴 싫어서일 것이다.

홈쇼핑으로 싼값에 나일론 물건을 살 수 있는 요즘 손뜨개의 시간과 정성이 갖는 의미 그리고 산호 등의 바다생물의 중요성을 논하며 효율성의 가치로만 따질 수 없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영은이 작업하는 필름카메라는 디지털 시대와 거꾸로 간다. 순간순간 무한히 찍어대는 디지털카메라 대신 한정된 필름에 더딘 시간이 더해져야 결과를 알 수 있는 필름카메라의 설정이 지구는 더 이상 무한한 존재가 아닌 걸 깨달은 지금 우리의 삶을 거꾸로 되돌려볼 필요가 있음을 역설하는 듯하다. 영은은 필름을 현상하기 위해 화학약품 대신 커피와 와인을 사용한다. 그녀의 더딘 손길에서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는 사진 작품은 다름 아닌 해변에 버려진 플라스틱이다. 누군가는 일회용의 쓸모없는 물건이 누군가에겐 작품이 되었다.


승환은 그 플라스틱병들을 모아 태평양을 건너는 무모한 도전을 감행하고 성공한다. 다소 억지스러울 수 있으나 이 정도의 희망마저 버린다면 우리에게 미래는 암울할 뿐이다. 실제 그럴 수 있나 없나의 현실적 재고를 넘어 희망의 장치로 남겨두는 미덕을 바라게 되는 대목이다. 어쩜 이 영화의 남자주인공은 감독 자신일지 모른다. 환경영화가 성공할 수 있고 상업영화와 어깨를 겨눌 수 있는 가능성을 바라는 감독의 마음 말이다. 김승환 감독이 남자 주인공의 이름을 승환으로 설정한 것도 이런 복선이 아닐까?

어려운 주제를 일상과 버무려내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했던 감독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 조미영

Kim SengHw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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